이렇게 천진암 암자는 없어졌고, 동네 농부들은 그곳을 논으로 만들었으며 역사에서 완전히 잊혀졌습니다. 1960년대에 남종삼 성인의 후손인 남상철 회장은 다산의 기록에서 천진암 성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불교 사찰 목록을 조사하여 마침내 동네 노인들의 증언을 통해서 천진암 터를 발견하였습니다. 이러한 역사 기록을 토대로 변기영 몬시뇰은 1978년부터 천진암 터 토지를 매입하여 성역화 사업을 시작하였고, 그 옛날 신앙 선조들이 천주교 신앙 진리를 찾고 실천했던 그 자리에 한국천주교 창립선조들의 묘역을 조성하였습니다.
한국 천주교 창립선조 묘역에 모셔진 5위 순교자들은 하느님의 종 광암 이벽 요한 세례자(1979년 포천에서 이장), 녹암 권철신 암브로시오, 직암 권일신 프란치스코 하비에르(1981년 양평에서 이장), 만천 이승훈 베드로(1981년 인천에서 이장), 복자 선암 정약종 아우구스티노(1981년 화성에서 이장) 등이며, 한국 교회는 신앙을 증거하기 위하여 거룩하게 순교한 이분들의 시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선교구설립자 묘역에는 정하상 바오로 성인과 유진길 아우구티노 성인, 정철상 가롤로 복자의 묘를 모시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한국천주교 창립선조 가족들의 묘역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천진암 성지 성역화는 단순히 건물의 복원, 외형적인 성지조성 사업을 넘어, 한국 천주교회의 뿌리를 되찾고 그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천진암 성역화의 방향을 1980년 성지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천명하고 있습니다.
“천진암 성역화는 영신적이며 사상적인 ‘성역화의 철학’이 선행되고 정립된 위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그 결실도 물질적인 시설 면보다 정신적인 사상 면에서 휠씬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천진암의 건물 복원보다는 인물복원을 중시하며...보존합니다. 그러나 인물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과 업적의 전승’입니다. ‘한국천주교회 창립’의 성업을 이루신 우리 성현들의 진리 탐구 정신과 천주공경신앙은 오늘의 우리에게 뿐만 아니라 내일의 후손들에게까지 계승 발전시켜야 할 가장 중요한 성역화의 목적이요, 방법이며, 방향입니다.”
- 한국천주교회발상지 천진암성지위원회, 1980, 6, 24천진암성지에서는 신앙선조들이 남겨준 고귀한 정신 유산을 보존하고 현대에 계승하며, 미래에도 계속 기억하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성지 개발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남북한의 화해와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한 지향으로 한민족 100년계획 천진암대성당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천진암대성당 건립을 축복하며 한겨레가 영원히 화목하기를 바라노라" 하며 축복해 주셨습니다. 역사에 길이 신앙의 빛을 드러내기 위하여 추진하는 천진암대성당 건립에 정성껏 기도와 봉헌으로 참여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